26장은 ‘두로의 심판 예언’, 27장은 ‘두로를 위한 애가’가 기록되었고, 본문은 ‘두로 왕의 심판 예언(1~10절)’과 ‘두로 왕을 위한 애가(11~19절)’가 기록되어 있다.
두로가 심판을 받고 망한다고 했으면 됐지, 두로 왕이 심판을 받고 망한다는 말을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나라가 망하면 그 왕도 망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25장에서 암몬, 모압, 에돔, 블레셋(4개 나라)의 멸망을 한꺼번에 거론한 것과 비교하면 두로가 멸망할 것, 그리고 그 나라를 위한 애가가 첨부되어 있고, 또 두로 왕의 멸망과 그 왕의 애가가 또 나온다. 이는 두로의 위상이 여타의 나라와 비교했을 때 특별하고 대단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이제 본문을 보자. 두로 왕이 심판을 받는 이유가 2~5절에 거론되어 있다. “… 네 마음이 교만하여 말하기를 나는 신이라. 내가 하나님의 자리 곧 바다 중심에 앉았다 하도다. 네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 같은체 할지라도 너는 사람이요 신이 아니어늘 네가 … 은밀한 것을 깨닫지 못할 것이 없다 하고 네 지혜와 총명으로 재물을 얻었으며 … 그 재물로 인하여 네 마음이 교만하였도다.”
강대국 백성은 주변의 약한 나라를 보면 당연히 자신들의 우월함을 자랑하게 되고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강대국의 왕은 어떠하겠는가? 최강의 나라에서 최고의 자리에 앉았으니 당연히 자신을 세계 최고의 존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신이라. 내가 하나님의 자리 곧 바다 중심에 앉았다.’고 큰소리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자기 나라가 부강하게 된 것도 자신의 지혜와 총명함 때문이라고 여기고 스스로 대견해하며 교만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교만의 자리에 앉아 스스로 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자를 심판하겠다고 말씀하신다. “… 네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 같은체 하였으니 그런즉 내가 외인 곧 열국의 강포한 자를 거느리고 와서 너를 치리니 그들이 칼을 빼어 네 지혜의 아름다운 것을 치며 네 영화를 더럽히며 또 너를 구덩이에 빠뜨려서 너로 바다 가운데서 살육을 당한 자의 죽음 같이 바다 중심에서 죽게 할지라(6~8절).”
잠언에 이런 말씀이 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16:18).” 두로 왕이 심판을 받는 이유가 너무도 선명하게 나와 있다. 피조물인 주제에 자신이 창조주인 것처럼 행세하니 이보다 더한 교만은 없다.
우리 자신을 살펴보자. 혹시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남들로부터 칭찬받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여러 면에서 뛰어나고, 또 열심히 노력하여 타인보다 더 많은 것을 갖게 되었으니 이 모두는 나의 나다운 모습이라고.
이런 교만과 정반대의 모습도 있을 수 있다.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인가? 출생부터 너무도 초라하고 비천한 환경에 놓였고, 성장 과정에서도 늘 피해자, 실패자의 위치에 있었고, 생김새, 직업, 재산, 건강 그 무엇도 내세울 것이 없으니 세상에서 나보다 더 불행한 자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자도 있다.
자신을 신으로 착각하며 교만에 빠져 사는 자나, 반대로 자신이 가장 불행한 자라고 생각하며 불평하며 사는 자나 다 하나님의 언약을 알지 못하기에 생기는 일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행복이니 불행이니 판정하는 자체가 창조주의 뜻을 모르기에 빗어지는 사태다. 피조물은 창조주의 영광을 위해 존재하기에 내 존재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없고 오직 주님을 바라보며 그분의 영광을 생각하며 살면 된다.
사도 바울은 이런 고백을 했다.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4:12).”
이런 고백은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용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기에 나온 것이다.
전도서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시킬 때가 있으며 …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전3:1~8절).” 하시면서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다(11절)’고.
기한, 목적은 피조물을 위한 것이 아닌 창조주 하나님을 위한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당하는 모든 일은 나의 관점에서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두로 왕이 멸망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약속에 따른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즉, 주님의 뜻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2:5~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