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두로의 심판을 예언한 말씀인데, 한 장으로 끝나지 않고 길게(26:1~28:19) 이어진다. 이는 두로가 가진 막강한 위상 때문인데, 당시 이들은 지중해 해양 무역으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뿐만 아니라 항해 기술도 최고의 수준이었고, 지리적으로도(일부는 해안, 일부는 섬) 난공불락의 섬에 살았다.
이제 본문을 보자. 이들이 멸망해야 할 이유를 2절에서 밝히고 있다. “인자야 두로가 예루살렘을 쳐서 이르기를 아하 좋다 만민의 문이 깨어져서 내게로 돌아왔도다 그가 황무하였으니 내가 충만함을 얻으리라 하였도다.”
이 구절에 의하면, 예루살렘의 멸망을 환영하며 기뻐했는데, 그 이유가 ‘이스라엘이 주변국의 중심지 역할(만민의 문)을 하면서 영화를 누리다가 망했으니 이제 자기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두로는 다윗, 솔로몬 시대에는 조공을 드리며 이스라엘의 속국처럼 살았다. 그 후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나누어지고 차츰 힘을 잃어갈 때 그들은 점점 힘을 얻어 세력을 확장했는데, 급기야 유다가 완전히 멸망하니 그들이 환호한 것이다.
유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두로가 기뻐하고 환영하는 것이 얄밉고 분노가 치밀지만 두로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된다. 나보다 강한 자가 곁에 있어 내가 늘 주눅 들어 살다가 그의 힘이 약해져 내가 힘을 얻게 된다면 기뻐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세상이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유다 입장이니 두로 입장이니 할 것도 없다.
하나님은 자기 언약을 이루시는 일 외에 달리 세상을 이끄시지 않는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언약을 외면한 자는 용납하지 않으시고 심판하신다.
두로가 멸망해야 할 이유는 하나님의 언약을 위해 지명한 이스라엘을 그들이 자신과 같은 나라 사람으로 취급해서 그들과 경쟁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직접 그들을 심판하겠다고 선언하셨다. “그러므로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두로야 내가 너를 대적하여 바다가 그 파도로 흉용케함 같이 열국으로 와서 너를 치게 하리니(3절)”라고.
하나님이 직접 두로를 대적하겠다고 하셨는데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3~6절은 ‘열국이 와서 공격한다’고 하셨다.
한 나라가 공격해도 버거운데 열국이 공격하면 아무리 강한 나라라도 견딜 수 없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심판 앞에 견딜 재간은 없다는 말이다.
7~14절에는 ‘바벨론이 군대를 거느리고 와서 친다’고 하셨다. 열국이 공격하고, 또 당시 최고의 힘을 가진 바벨론이 침략해 와서 그들을 파멸케 하신다고 하셨다. 이쯤 되면 그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15~16절은 ‘주변국들이 두로의 파멸을 보고 놀라고 두려워할 것’임을 말씀하셨다. 왜 주변 국가들이 두로의 파멸을 보고 놀랐을까? 그 이유는 분명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은 나라였기 때문이다.
해양 기술이 발달해서 주변 나라들과의 무역을 주도하며 부과 영화를 누렸고,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외부의 침략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곳이었으니 두로가 망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인간들은 이처럼 외부적 조건을 보면서 그들을 평가하는 것 외에 다른 안목은 없다. 그러나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언약을 이루기 위해 환경을 조성하시고 운영하신다. 그러니 때로는 부강하던 나라가 어느 시점에 가면 미약하게 되기도 하고 또는 완전히 파멸케도 하신다.
19~21절은 ‘이 모든 일이 여호와께서 직접 주도하실 것’임을 밝히고 있다. 굳이 하나님께서 에스겔 선지자를 통해 이런 말씀을 주신 이유를 분명히 알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여긴다. 그래서 한 나라가 흥하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 때문이고, 반대로 망하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들 때문이라고 여긴다.
두로가 번성한 것을 예로 들면, 섬나라 사람이었기에 이웃 나라와 무역하기 위해 배를 활용했는데, 그들은 성능 좋은 배를 만들어 사용했고,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그들의 배가 가장 빠르게 이동했고(많은 물량을 짧은 시간 안에 수송했고), 튼튼하고(웬만한 파도에도 항해에 전혀 지장 받지 않았고), 등등의 조건을 갖추었다.
그 뿐인가? 그들은 높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섬에 살았기에 외부인이 공격해서 침략하기에는 아주 힘든 지리적 여건을 가졌기에 쉽게 침략당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적 안목일 뿐이다.
언약을 모르는 자는 하나님의 원수요, 하나님은 언약에 따라 이들을 심판하시는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