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전체의 구도를 보면, 3~24장은 이스라엘의 멸망을, 25~32장은 이스라엘 주변 국가의 멸망을, 33~48장은 이스라엘의 회복을 예언하고 있는데, 본문은 암몬 족속의 멸망을 예언한 말씀이다.
암몬은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작은 딸과 관계해서 태어난 자의 후손(창19:38)으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들을 괴롭게 말고, 그들과 다투지도 말라(신2:19)’고 하셨기에 출애굽해서 가나안을 향해 갈 때도 그들의 땅을 통과하지 않고 우회해서 갔다.
하지만 그들은 수시로 이스라엘을 공격했고(삿11:4~36, 삼하10:1~27), 이스라엘이 앗수르와 바벨론에게 공격당할 때 기뻐하며 즐거워했다. “여호와의 말씀에 내 성소를 더럽힐 때에 네가 그것을 대하여, 이스라엘 땅이 황무할 때에 네가 그것을 대하여, 유다 족속이 사로잡힐 때에 네가 그들을 대하여 이르기를 아하 좋다 하였도다(3절).”
그 이유로 그들은 파국을 맞이할 것을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동방 사람에게 기업으로 붙이리니 그들이 네 가운데 진을 치며 네 가운데 그 거처를 베풀며 네 실과를 먹으며 네 젖을 마실지라. 내게 랍바(암몬의 수도)로 약대의 눕는 곳을 삼은 즉 너희가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4~5절).”
7절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그런즉 내가 손을 네 위에 펴서 너를 다른 민족에게 붙여 노략을 당하게 하며 너를 만민 중에 끊어버리며 너를 열국 중에서 패망케 하여 멸하리니 네가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
암몬의 멸망 이유는 이스라엘의 멸망을 환영하고 기뻐한 것 때문임이 밝혀졌다. 여기에서 우리는 의문을 품게 된다. 한 나라가 멸망하는 이유가 이스라엘을 괴롭히고 그들의 멸망을 기뻐한 것 때문이라니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지 새삼 의문이 생긴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이스라엘의 조상)을 부르시고 그에게 하신 말씀이 있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니라(창12:2~3).”
이 구절에 의하면 복과 저주가 아브라함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든지 아브라함을 축복하면 복을 받고, 아브라함을 저주하면 저주를 받는다고 했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여호와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그를 통해서 만민이 복을 받을 것임을 선언하셨다.
본문에서 “너희가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5, 7절).”를 반복하고 있음에 주목하자. 하나님은 모든 사건을 통해서 자신을 알리기 원하신다. 이스라엘의 멸망도 암몬의 멸망도 다 자신을 계시하는 일에 활용하신다.
그런데 우리는 닥치는 모든 일을 통해서 여호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깨닫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나에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관심을 기울이며 풍랑이 칠 때마다 더욱더 나에게 집중한다.
본문을 읽으면서도 우리는 이스라엘 입장이 되어 생각하기 쉽다. 나를 하나님 편으로 일단 분류해 놓고, 왜 이스라엘이 멸망해야 했는가, 또는 암몬은 왜 멸망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하나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다. 하나님은 어떤 일이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일하시는데 우리는 나를 위해 이 일이 좋은지 나쁜지를 계산하면서 계속 나에게만 집중하니 하나님과 우리는 동상이몽이다.
하나님은 아들을 이 땅에 보내셨다. 이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인간은 하나님과 동상이몽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 주시려고 아들을 이 땅에 보내셨는데, 인간들은 어떻게 하면 내가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예수님은 인간이 얼마나 완악한 자인가를 지적하시면서 자신을 드러내셨다. 그런데 인간들은 이런 예수님의 활동을 용납할 수 없어서 죽이고 말았다. 인간이 기대하는 메시아는 나를 구원하는 분이어야 하는데, 예수님은 우리를 지옥 자식으로 몰아세우니 그를 메시아로 인정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도 이방인도 다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본문의 내용이다. 이것을 통해 하나님은 죄인을 심판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하나님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는 관심이 없고 ‘그렇다면 나는 어쩌란 말인가?’ 이렇게 나온다면 그는 영원한 멸망과 심판의 대상임이 확실하다.
하나님의 구원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건지심으로 이루시는데, 죄인을 심판하시는 일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 담당하실 아들을 이 땅에 보내셨고, 그분이 자기 백성의 죄를 담당하시고 십자가에서 저주를 받아 죽으셨다. 이 일을 위해 성경은 모든 인간을 죄인이라고 규정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