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권능이 에스겔에게 임하여 다시 여호와의 영광을 보게 되었고(처음 여호와의 영광을 본 것은 1장 26~28절에 기록되어 있음), 주의 음성이 들렸는데 “너는 가서 네 집에 들어가 문을 닫으라. 인자야 무리가 줄로 너를 동여매리니 네가 그들 가운데서 나오지 못할 것이라. 내가 네 혀로 네 입천장에 붙게 하여 너로 벙어리 되어 그들의 책망자가 되지 못하게 하리니 그들은 패역한 자임이니라(24~26절)”는 것이었다.
주의 권능이 임하고, 그분의 음성을 듣게 된 자가 있다면 그는 주님으로부터 놀라운 능력을 받아 큰 업적을 이룰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우리들의 보편 상식이다. 그런데 본문의 내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권능을 받은 것도 없고, 큰일을 하는 것도 없다. 아니 정반대의 상황을 알려주신다. 이게 과연 하나님의 신이 임한 자의 모습이란 말인가?
주님의 일하심은 인간들의 생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 길과 달라서 하늘이 땅보다 높음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사55:8-9절).”라고 하신 분이 여호와 하나님이다.
그러니까 내 생각과 달리 일하시는 주님을 볼 때 나의 부족함과 무능함을 깨달으면 된다. ‘하나님은 나와는 차원을 달리 하시는 분이구나.’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본문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자. ‘무리가 줄로 너를 동여매리니 네가 그들 가운데서 나오지 못할 것이라(25절)’는 말씀이 들려졌다.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 후 주님이 힘을 주셔서 그 줄을 끊고 에스겔로 하여금 마음껏 활동하게 하셔서 놀라운 일을 이루었다는 말씀이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런 말씀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한술 더 떠서 “내가 네 혀로 네 입천장에 붙게 하여 너로 벙어리 되어 그들의 책망자가 되지 못하게 하리니(26절)”라고 하셨다.
사람들이 선지자의 말이 듣기 싫어서 그들 집에 가두고 결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선지자를 붙드셔서 더 적극적으로 주의 말씀을 선포할 수 있도록 힘을 주셔야 하는데 정반대로 하나님이 직접 선지자의 혀를 입천장에 붙여 벙어리가 되게 하셨다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는 자들에게 심각한 교훈을 주시는 내용이다. ‘너희들이 내 말 듣기 싫어 선지자를 꽁꽁 묶었냐? 그래 좋다. 나도 너희들에게 더 이상은 내 뜻을 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 하나님의 의도다.
선지자의 입을 막으시면 더 이상은 하나님의 말씀이 이 땅에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이라면 이 땅에 사는 인간들은 하나님과 완전히 차단된 상태이며 어두움뿐인 저주 그 자체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고 하셨다. 이 말씀에 의하면 예수님이 오시지 않았다면 아버지께로 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에스겔 선지자를 사람들이 줄로 동여매고 옴짝달싹 못하게 한 것은 어두운 세상에 빛을 비춰주시려는 주님의 일을 막겠다는 것, 즉 어두움과 저주 속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것이다. 이런 자들을 향해 주님은 더 적극적으로 선지자의 입을 막아 벙어리로 만드셨다.
주님이 이렇게 일하신 것은 진노의 표시이며 절망의 수렁에 빠진 자에게 더욱 절망을 맛보게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다. 아모스 8장 11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주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보라 날이 이를지라 내가 기근을 땅에 보내리니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며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요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
주님이 일하시는 방식은 사람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제공하시는 것이 아닌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셔서 인간의 불가능성을 철저히 맛보게 하시고 오직 당신의 능력만이 그들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선지자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줄로 동여매는 것이 복음을 거부하는 인간들의 몸짓이라면 하나님은 그런 자들에게 아예 당신의 말씀을 듣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선지자의 입을 봉해버리시는 분이다. 이렇게 하시므로 인간들이 얼마나 완악한 자인가를 드러내는 것이다.
하나님이 직접 선지자의 입을 봉해 그들의 책망자가 되지 못하게 하신 이유가 “그들은 패역한 자”이기 때문(26절)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인간들의 패역함을 확실하게 보여주신 후에 주께서 선지자의 입을 열어 말하게 하신다. “내가 너와 말할 때에 네 입을 열리니 너는 그들에게 이르기를 주 여호와의 말씀이 이러하시다 하라. 들을 자는 들을 것이요 듣기 싫은 자는 듣지 아니하리니 그들은 패역한 족속임이니라(27절).”
자신이 패역한 자임을 알 때 주님의 음성이 들려지고, 그 음성을 들으면서 더더욱 자신의 패역함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주님의 음성이 들려진 자의 진솔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