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남 유다(예루살렘)가 바벨론에 의해 파멸할 것을 말씀하시면서 날짜까지 정확히 일러주셨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유다 백성들의 죄를 심판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예루살렘 성을 정결케 하기 위함임을 말씀하고 있다.
우리는 성경을 보면서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는 자를 심판하신다는 것은 너무도 익숙히 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본문을 보면서도 범죄한 유다 백성을 심판하기 위해 하나님이 바벨론을 동원하신다고 파악하게 된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것만이 아닌 예루살렘 성의 더러운 것을 소멸하려는 목적도 있음을 말씀하셨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이 인간 중심이 아닌 당신의 독특한 뜻을 이루시려고 모든 활동을 펼치신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의 일하심이 인간을 위함이 아니라는 사실은 창세기 3장에서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가 그 손을 들어 생명나무 실과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하시고 … 에덴동산 동편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창4:22~24절)” 하셨다.
이 구절에 의하면 ‘생명나무’ 지키려고 인간을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셨다. 그런데 사람들은 창세기를 읽으면서 에덴동산을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하나님이 조성하셔서 그곳에 살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아니다.
레위기 25장 2~4절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내가 너희에게 주는 땅에 들어간 후에 그 땅으로 여호와 앞에 안식하게 하라. 너는 6년 동안 그 밭에 파종하며 6년 동안 그 포도원을 다스려 그 열매를 거둘 것이나 제 7년에는 땅으로 쉬어 안식하게 할지니 여호와께 대한 안식이라.”
‘안식’이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위 구절이 말하고 있다. ‘땅으로 여호와 앞에 안식하게 하라’고 했으니 과연 땅은 생명체가 아닌데 안식할 이유가 있는가?
여하간 하나님은 인간의 생각으로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을 명하시고 말씀하셨다는 점을 기억하자.
1~2절에 “제 9년 10월 10일에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가라사대 인자야 너는 날짜 곧 오늘날을 기억하라 바벨론 왕이 오늘날 예루살렘에 핍근하였느니라.”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제 9년’은 에스겔 선지자가 바벨론에 포로 잡혀 온 지 9년 된 때를 말하고, ‘10월 10일’은 예루살렘이 바벨론 군대에 의해 포위된 날을 말한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일러주신 비유를 그들에게 전하라고 하신다. 비유의 내용은 ‘한 가마를 걸고 그 안에 물을 붓고 양을 잡아 각을 뜨고 그 넓적다리와 어깨고기의 모든 좋은 덩이를 그 가운데 넣고 뼈를 가득히 담고 가마 밑에 나무를 쌓아 넣고 잘 삶아 뼈가 무르도록 삶으라(3~5절)’고 하셨다.
이 상황은 가마솥(예루살렘) 안에 양(유다 백성)이 들어가 삶기는 것을 말씀하신 것인데,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하신 것같이 유다 백성이 바벨론의 의해 파멸할 것을 일러주신 내용이다.
그런데 6절 이하에서는 이상한 것을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피 흘린 성읍, 녹슨 가마 곧 그 속의 녹을 없이 하지 아니한 가마여 화 있을진저”라고 하셨다.
이 구절에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꾸짖는 것이 아니라 ‘피 흘린 성읍, 녹슨 가마(예루살렘 성)여 화 있을진저’라고 하셨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나님이 바벨론 군대를 보내 남 유다를 심판하시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예루살렘 성을 향해 화를 내시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루살렘 성이 생물체가 아닌 이상 그 성을 향해 하나님이 화를 내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생각만으로 본문을 이해하면 큰 오산이다. 예루살렘 성은 하나님의 성전이 있는 곳이고, 그 성전에는 여호와의 이름을 두신 곳이다(대하12:13, 스6:12 등).
그런 거룩한 성이 유다 백성의 완악함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자의 피가 땅에 흘렀고(피 흘린 성읍), 이 상황을 하나님은 ‘녹슨 가마’로 표현하셨다. 가마가 녹이 슬었다면 그 안에 무엇을 담아 국을 끓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왜냐하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예루살렘은 완악한 유다 백성들 때문에 더 이상 거룩한 성읍도 아니요 하나님의 이름은 이미 더럽혀진 상황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 성 자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파멸하겠다는 것이다.
11절에는 “가마가 빈 후에는 숯불 위에 놓아 뜨겁게 하며 그 가마의 놋을 달궈서 그 속에 더러운 것을 녹게 하며 녹이 소멸하게 하라.” 하셨다.
이것은 하나님이 주도적으로 하시는 일이지만 바벨론이 유다를 심판하는 과정에서 예루살렘 성이 정결케 될 것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주님은 스스로 자기 영광을 드러내시고 취하시는 분이다. 이것이 언약을 이루시는 주님의 능력이며 그분의 일하심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