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자의 책무는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가감 없이 백성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본문에서는 그것을 ‘국문(중죄인을 심문하는 일)’이라고 했는데, 36절에서 “인자야 네가 오홀라와 오홀리바를 국문하려느냐 그러면 그 가증한 일을 그들에게 고하라.” 하셨다.
북 이스라엘과 남 유다의 죄악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그들이 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에스겔 선지자를 통해서 알려주셨다.
처음 거론된 것이 우상 숭배(음행)인데, 37절에 “자식들을 우상을 위하여 화제로 살랐으며”, 38절에 “당일에 내 성소를 더럽히며 내 안식일을 범하였도다”라고 하셨다.
본인들이 우상을 섬기면서 그 자식들을 우상 제물로 드렸고, 그런 끔찍한 죄악을 범한 후에 당일에 성전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고, 또 안식일을 범했다고 한다.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10계명 중 첫째가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지니라”는 것이고, 둘째가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는 것이며, 넷째가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출20장)”는 것이다.
그런데 본문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너무도 태연하게 이 계명들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 행동하여 하나님의 분노를 유발했다.
계속해서 이들의 죄악을 살펴보자. 40~41절에 “또 사자를 원방에 보내어 사람을 불러오게 하고 그들이 오매 그들을 위하여 목욕하며 눈썹을 그리며 스스로 단장하고 화려한 자리에 앉아 앞에 상을 베풀고 내 향과 기름을 그 위에 놓고 그 무리와 편히 지껄이고 즐겼으며”라고 했다.
음행의 대상을 불러와서 몸을 단장하고(창녀가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치장하듯) 상에 앉아 즐기면서 하나님께 드릴 향과 기름을 자신들이 먹고 마시는 상에 사용했다고 하신다.
이 말씀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은 자신들을 애굽에서 불러내어 가나안으로 인도하시고 그들에게 언약을 주신 여호와가 아닌, 눈에 보이는 인간들(화려하고 강하고 아름다운 자들 – 바벨론 방백)을 하나님으로 여긴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께 드릴 것을 그들에게 드렸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을 접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렇게까지 어리석고 완악한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선악과를 따먹고 스스로 신이 된 인간은 자신을 높이고 자기만족을 추구하며 살기에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늘날 우리의 삶도 이스라엘 백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경배의 대상이 여호와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으로 옮겨가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 같으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 것보다 보이는 사람을 믿는 것이 더 확실하기에 결국 힘이 있는 자를 부러워하고 그들과 같이 되기를 갈망하며 그들을 섬긴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악행을 하나님은 그냥 지켜볼 수 없어서 조치를 취하시는데 그 내용이 45~47절에 기록되어 있다. “의인이 음부를 심문함 같이 심문하며 피를 흘린 여인을 심문함 같이 심문하리니 그들은 음부요 또 피가 그 손에 묻었음이니라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가 군대를 거느리고 와서 치게 하여 그들로 학대와 노략을 당하게 하리니 그 군대가 그들을 돌로 치며 칼로 죽이고 그 자녀도 죽이며 그 집들을 불사르리라.”
처음에는 선지자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를 심문하라고 하셨는데, 다음은 바벨론이 이스라엘을 심문한다고 말씀하신다. 이 또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다. 어떻게 죄인이 죄인을 심문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바벨론이 이스라엘을 심문할 자격이 있어서 심문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부러워하고 사랑한 자들이 그들의 소망을 이뤄주는 것이 아닌 정반대의 결과를 안겨 줄 것임을 일러주신 내용이다.
하나님이 자기 백성의 죄를 지적하는 것은 선지자를 통해서도 하시지만 그들이 사랑하고 의지한 우상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하나님이 자기 백성의 죄를 지적하고 심판하시는 이유가 있다. 48절에 “이와 같이 내가 이 땅에서 음란을 그치게 한즉 모든 여인이 경성하여 너희 음행을 본받지 아니하리라.”
음란한 이스라엘을 심판하심으로 다른 여인이 경성하여 이스라엘의 음행을 본받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심판 이유가 마지막 절에 나온다. “너희가 나를 주 여호와인 줄 알리라(49절).”
하나님은 자신이 어떤 분인가를 온 천하에 알리기 위해 언약을 주셨고, 언약에 따라 심판할 자를 심판하시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주셨다. ‘죄의 삯은 사망’임을. 그리고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 영생(롬6:23)’이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