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서는 ‘주의 신이 나를 들어 올리셨다.’는 표현이 두 번 나오는데, 주의 신이 선지자 에스겔을 들어 올려 보여주시고 들려주신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 들어 올리셨을 때는 “여호와의 처소에서 나는 영광을 찬송할지어다(12절).”라는 음성과 함께 ‘생물들의 날개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생물 곁에 바퀴가 크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고 했다.
‘주의 신이 임했다’는 것은 평소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그냥 두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특별히 그에게 초월적인 그 무엇을 주셨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여호와의 처소에서 나는 영광을 찬송하라’는 명령을 평범한 소리로 흘려버릴 수 없는 특별한 것이다.
‘여호와의 영광’은 에스겔이 1장 26~28절에서 본 환상과 연관이 있다. 지상에서는 도무지 볼 수 없었던 여호와의 신비롭고 놀라우며 영광스럽고 찬란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3장에 와서 그 여호와의 영광을 찬송하라는 소리가 들렸고, 또 생물들이 실제로 ‘날개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바퀴 소리가 크게 울렸다’고 했다.
이것은 주의 천사들이 이미 주의 영광을 찬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여기에 에스겔도 동참할 것을 명하신 것이다.
이 땅은 주가 주의 영광을 찬송하도록 지으셨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시19:1).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니라(사43:21).] 그래서 다른 피조물들은 다 주의 영광을 찬송하고 있는데 유독 인간만은 주를 찬송하지 않고 있다.
본문에서 생물들(천사들)이 날개와 바퀴 소리를 크게 울렸다는 것은 주를 찬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에스겔에게는 특별히 주의 신이 임해서 주를 찬양하게 명하셨으니 평소에는 주를 찬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신자들은 ‘주의 신이 임했다’고 하면 놀라운 능력을 받거나 초월적인 지혜를 받은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본문에서 에스겔 선지자가 주의 신이 임하고 첫 번째 들려온 음성은 ‘여호와의 영광을 찬송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천사들이 여호와를 찬송하는 소리를 들었다.
두 번째 주의 신이 에스겔을 들어올려 하신 일을 보자. 14절에 “내가 근심하고 분한 마음으로 행하니 여호와의 권능이 힘있게 나를 감동하시더라.”고 되어 있다. 이것도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주의 신이 임한 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여호와의 권능이 에스겔에게 임하니 ‘참을 수 없는 격분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이 또한 평소 에스겔이 가진 마음이 아닌 여호와의 심령이 에스겔에게 전이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즉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완악함을 보시면서 분노하시는 그 마음이 에스겔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그래서 주의 신이 에스겔을 들어올려 ‘델아빕에 이르러 그 사로잡힌 백성 곧 그발강 가에 거하는 자들에게 나아가 그 중에서 민답히 칠일을 지냈다(15절)’고 했다.
포로로 끌려와 지내는 자기 백성들을 보며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민답)으로 칠일을 지냈으니 에스겔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상태에 놓인 에스겔에게 하나님은 본격적으로 사명을 부여하신다. “인자야 내가 너를 이스라엘 족속의 파수군으로 세웠으니 너는 내 입의 말을 듣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을 깨우치라(17절).”
선지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백성에게 대언하는 자다. 그러기에 먼저 하나님의 심정을 가져야 하고, 또 자기 생각이나 뜻을 전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없이 전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 주의 신이 에스겔에게 임했고, 보여주고 들려주어 이스라엘 족속의 파수군으로 세우셨다.
성도는 주님의 뜻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주께서 뽑으신 자다. 복음을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성도의 사명이다. 물론 주의 사명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많은 환란과 핍박을 경험하겠지만 그것 때문에 복음 전하는 일을 중지할 수도 없다. 주의 신이 강권하시기에.
성도는 주의 신이 임해 주의 마음을 읽은 자로 이보다 더 영화로운 존재는 없다. 하지만 영화로운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맡은 책임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네가 깨우치지 아니하거나 말로 악인에게 일러서 그 악한 길을 떠나 생명을 구원케 하지 아니하면 … 내가 그 피 값을 네 손에서 찾을 것(18절)”이라고 하셨다.
인간은 누구도 주의 일을 감당할 수 없다. 모두가 실패자요 불순종하는 자이기에 심판을 면할 수 없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아들(인자로 표현된 에스겔 같은 자)을 보내셔서 그 일을 감당케 하셨다. 자기 백성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 지심으로 새생명을 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