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두 가지 내용인데, 첫째는 “내가 너희를 인도하여 열국 중에서 나오게 하고 너희의 흩어진 열방 중에서 모아낼 때에 내가 너희를 향기로 받고 내가 또 너희로 말미암아 내 거룩함을 열국의 목전에서 나타낼 것(41절)”과, 둘째는 “남방 삼림에게 이르기를 … 내가 너의 가운데 불을 일으켜 모든 푸른 나무와 모든 마른 나무를 멸하리니 극렬한 불꽃이 꺼지지 아니하고 남에서 북까지 모든 얼굴이 그슬릴지라(47절).”는 것이다.
먼저 첫 번째 내용부터 살펴보자. 바벨론으로 끌려온 자들은 고국에 남은 동족들을 생각하며 자신들이 처량하고 불쌍하다고 여겼다. 내 땅, 내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종살이하는 것은 비참한 삶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원망하며 하루속히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고대하며 살았다.
이런 자들을 향해 하나님이 주신 말씀은 반길 수도, 싫어할 수도 없는 애매한 내용이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좋은데, 언제 돌아간다는 내용도 없고, ‘내 거룩함을 열국의 목전에서 나타낼 것(41절)’이란 말씀과 돌아가서 “거기서 너희의 길과 스스로 더럽힌 모든 행위를 기억하고 이미 행한 모든 악을 인하여 스스로 미워하리라(43절).”고 하셨다.
이들이 바란 것은 ‘즉시 고국으로 돌아가 풍족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것’인데, 하나님은 그런 말씀은 전혀 없었다.
포로 잡힌 자들이 소망하는 것과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은 전혀 달랐다. 그러니 이들은 하나님 말씀을 마냥 반길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인간들의 완악함이다.
하나님은 자기 영광을 위해 세상 만물을 지으셨다. 그런데 피조물 중 유독 인간만은 하나님의 영광이 아닌 자신의 영광을 추구하며 산다. 그러니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감사함으로 받을 수가 없다. 늘 아쉬움이 있고, 남들의 삶이 부러울 때가 많아 원망과 불평을 터뜨리다가 결국은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섬기게 된다.
이런 자들을 강제로 고국으로 불러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게 하시는데, 그때 포로로 잡혀갔다 돌아온 자들이 자신의 악행을 미워하면서 하나님을 섬기고, 이런 모든 일은 이스라엘을 위함이 아닌 여호와 하나님 자신의 거룩함을 온 세상에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하시니 어찌 이 말씀을 기쁨으로 받을 수 있겠는가?
44절 말씀을 보면 더더욱 화가 난다. “이스라엘 족속아 내가 너희의 악한 길과 더러운 행위대로 하지 아니하고 내 이름을 위하여 행한 후에야 너희가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 하셨다 하라.”
거듭 이스라엘이 악하다는 점을 부각하시면서 당신의 이름을 위해 모든 일을 하시고, 그 일을 통해 자신이 여호와 하나님인 것을 드러내겠다고 고집하신다.
두 번째 내용은, 포로로 잡혀 오지 않은 이스라엘에 남은 백성들에 대한 예언인데, 너무도 절망적인 말씀이다.
47절에 “남방 삼림에게 이르기를” 이렇게 되어 있는데, ‘남방 삼림’은 남쪽 유다 백성을 지칭한 것이고, 이들은 아직 고국에 남아 있는 자들이다.
남아 있는 자들과 포로로 잡혀간 자들을 비교하면, 남은 자들은 다행으로 여기고, 잡혀간 자들은 불행한 자로 보인다. 그런데 하나님 말씀에 따르면, 남은 자들의 최후는 파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 “무릇 혈기 있는 자는 나 여호와가 그 불을 일으킨 줄을 알리니 그것이 꺼지지 아니하리라(48절).”
하나님 말씀을 인간의 관점(나의 관점)에서 호, 불호를 따지는 것은 마귀에게 사로잡힌 모습이다. 본문은 충분히 두 부류(고국에 남은 자와 바벨론에 잡혀 온 자)의 관점에서 해석할 여지를 준다. 하지만 이런 관점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시각인가를 깨닫게 해 준다.
나도 너도 아닌 하나님 자신을 위한 말씀이 펼쳐질 뿐이다. 그런데 이 말씀에 의하면 주님의 영광을 위해 자기 백성을 인도하시고, 당신을 경배, 찬양케 하심과 함께, 당신이 멸할 자는 깔끔하게 소멸하신다.
멸망할 자와 여호와를 경배할 자를 나누시는 것도 주님의 뜻이다. 내가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따지고 분석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이쪽저쪽 모두 하나님이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높이 드러내기 위해 활용하실 뿐이다.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간다(롬11:36). 여기에는 내가 어떻게 되는가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내가 어떻게 될까?’에 집중하고 있는가?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롬14:8)”임을 기억하자.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10:31)”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