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이스라엘 조상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도 여전히 여호와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우상 숭배에 빠져 살았다’고 말씀하시면서, 그 죄를 후손인 ‘너희들도 본받아 오늘날까지 우상을 섬기고 있으니 내가 어찌 너희들을 용납하겠느냐’고 하신다.
애굽에 살 때도, 애굽을 떠나 광야에서도, 그리고 가나안 땅에 들어와서도 그들(조상)의 우상 숭배는 계속되었고, 이런 완악함을 그 후손인 너희들이 이어받아 오늘날까지 지속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무슨 말로 항변할 수 있으랴!
28절에 “내가 그들에게 주기로 맹세한 땅(가나안)으로 그들을 인도하여 들였더니 그들이 모든 높은 산과 모든 무성한 나무를 보고 거기서 제사를 드리고 분노케 하는 제물을 올리며 거기서 또 분향하고 전제를 부어 드린지라.”라고 했다.
하나님은 자신의 언약을 지키셨다(애굽 땅에 살고 있던 그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하셨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28절에서는 조상들의 잘못을 지적했지만 30절은 현재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악을 지적하신다. “너희가 조상의 풍속을 따라 스스로 더럽히며 그 모든 가증한 것을 좇아 행음하느냐 너희가 또 너희 아들로 화제를 삼아 예물로 드려 오늘날까지 우상들로 스스로 더럽히느냐?”
이스라엘 장로들이 선지자를 찾아와 하나님의 뜻을 물었을 때, 하나님은 그들의 물음에 답하지 않겠다고 하시면서 거론하신 말씀은 그들 조상의 죄악(우상 숭배)을 지적하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나님이 뭔가를 잘못 이해하시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상의 잘못으로 후손이 저주받고 있다는 속담(아비가 신 포도를 먹었으므로 아들의 이가 시다 – 18:2)을 하나님이 꾸짖으시면서 다시는 그 속담을 사용치 못하게 하겠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조상 잘못으로 후손이 저주받는 것이 아니란 뜻인데, 왜 하나님께 찾아온 장로들에게 조상의 죄악을 거론하시는가? 이 점을 장로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조상들 이야기가 조상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점을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너희가 조상의 풍속을 따라 스스로 더럽히며 그 모든 가증한 것을 좇아 행하느냐?”
그들은 현재 자신들이 겪는 일(이방 나라에 끌려와서 사는 것)이 너무도 억울하고 화가 나는데 아무리 이유를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기에 결국은 조상들을 탓하며 그 억울함을 해소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이들은 왜 자신의 허물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조상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그렇게도 어렵고 힘든 일인가?
이것이 완악한 인간은 현주소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자(사43:8, 렘5:21, 겔12:2). 마치 이들이 섬기는 우상과 같다.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금을 쏟아 내며 은을 저울에 달아 장색에게 주고 그것으로 신을 만들게 하고 그것에게 엎드려 경배하고 그것을 들어 어깨에 메어다가 그의 처소에 두면 그것이 서서 있고 거기서 능히 움직이지 못하며 그에게 부르짖어도 능히 대답지 못하며 고난에서 구하여 내지도 못하느니라(사46:6~7).”
그래서 하나님은 거듭 말씀하신다. “이스라엘 족속아 너희가 내게 묻기를 내가 용납하겠느냐?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가 나의 삶을 두고 맹세하노니 너희가 내게 묻기를 내가 용납지 아니하리라(31절).”
소경에게 뭘 보여준다는 것이 무의미하듯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이 말씀하셔도 그들은 들을 귀가 없기에 ‘내가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32절에 “너희가 스스로 이르기를 우리가 이방인 곧 열국 족속같이 되어서 목석을 숭배하리라 하거니와 너희 마음에 품은 것을 결코 이루지 못하리라.” 하셨다.
이 말씀은 어리석은 자의 행위(이방 나라처럼 우리도 우상을 섬겨서 복을 받겠다는 것)를 하나님이 용납지 않겠다고 다짐하신다.
더 이상 우상을 찾을 수도 없게 하시겠다는 것인데, 이는 참으로 두려운 심판을 예언한 말씀이다. 마음으로는 계속 우상을 섬기려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기에, “너희 마음에 품은 것을 결코 이루지 못하리라”는 하나님의 다짐은 그들이 완전히 파멸되어 우상을 찾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드시겠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이 내용을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너무도 끔찍하고 두려운 상황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자기 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을 떠나 주님의 관점에서 이 말씀을 이해하면 이보다 더 복된 일은 없다. 내 몸이 망가져도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우상을 섬길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이는 너무도 귀한 일이다. 내가 스스로 실천할 수 없는 말씀을 주께서 실천하게 하시겠다는데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있을 수 있나?
세상만사를 내(인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답이 없다. 그래서 주님은 장로들의 물음에 답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주께서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신다. 이것을 믿음을 선물로 받아 믿게 된 자는 주님의 말씀을 감사함으로 받고 주님을 찬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