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면서 자신이 고난을 받고 죽을 것임을 말씀하셨는데(33절), 제자들은 예수님이 왕의 자리에 등극하신다고 여기고, 야고보와 요한 형제는 주님 좌우편에 앉게 해달라고 청탁을 했다(37절). 이런 배경 위에 본문이 전개된다.
야고보와 요한의 말을 들은 다른 제자들은 분노했고, 예수님은 이들을 향해 거듭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설명하시며 십자가 복음을 전파하신다.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 나라와 전혀 다른 곳인데, 제자들은 세상 나라를 염두에 두고 하늘나라를 상상했고, 그것 때문에 제자들끼리 분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보자. “이방인의 소위 집권자들이 저희를 임의로 주관하고 그 대인들이 저희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42-43절).”
이 말씀은, 제자들의 잘못된 생각을 공박하시는 내용으로, 세상에서는 높은 지위에 있는 자가 권한을 갖고 권세를 부리지만 하늘나라에서는 그 누구도 권한을 갖고 권세를 부릴 수 없고, 모두가 서로 섬기면서 산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높은 자리에 앉아 기세등등하게 살겠다는 발상 자체가 천국 백성으로는 합당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예수님 말씀을 오해하는 자들은 ‘사람들의 종이 되면 주님이 으뜸의 자리에 앉게 하신다.’고 믿고 열심히 남에게 봉사하고 섬기는 삶을 사는 자들이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예수님 말씀을 들었다면 그는 끝까지 ‘으뜸의 자리’를 포기하지 못한 자다. 이런 자들이 갈 곳은 지옥이지 하나님 나라가 아니다.
그리고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45절).”고 하셨다.
그러니까 제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예수님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왕이 되어) 권세를 부리는 것을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자기 백성을 섬기고, 그 섬김의 모습을 위해 자신의 몸을 제물로 드리기 위해 오셨다는 것이다. 이것을 간단히 말하면, 예수님은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서 죽이심으로 주의 자리에 오르신다는 것이다.
이제 여리고에서 일어난 일을 살펴보자. 예수님과 제자들이 길을 가시는데, 소경 바디매오가 예수님께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47절)!”라고 소리쳤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소경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꾸짖었고, 소경은 더욱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외쳤다.
그러자 예수님은 길을 멈추고 그 소경을 부르라고 명하시니 소경이 예수님께 나아왔고, 예수님은 소경을 향해 “네게 무엇을 하여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으시니, 소경은 “선생님이여 보기를 원하나이다(51절).”라고 했고, 예수님은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52절).” 하시니, 그가 보게 되어 예수님을 좇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제자들끼리 하늘나라에서 서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모습과 소경이 예수님을 향해 간구하는 모습을 비교해 보라.
제자들은 높은 자리를 탐하고 있는 반면에, 소경은 자신의 처지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이 얼마나 다른 모습인가? 구원은 죄인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처지가 예수님의 건져주심이 아니면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자리에 있음을 아는 자가 주님을 찾게 되고, 그런 자들만 주께서 구원하신다.
제자들은 어떤가? 자신들은 당연히 구원 얻었고, 그것으로 부족해서 천국에서 더 높은 자리에 앉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 모습은 구원과는 거리가 멀다.
소경은 자신이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자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께 ‘보기를 원하나이다.’라고 분명히 자신의 필요를 아뢸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자들은 자신들이 소경이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고, 또 ‘보기를 원하나이다.’라는 말은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제자들과 소경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과연 어떤 자가 구원받을 자인가를 본문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주님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헌신하며 충성할 때 주님의 구원과 함께 하늘에서의 높은 지위까지 보장받는 것을 상상한다면 그는 예수님을 크게 오해한 자다.
예수님은 우리 죄를 위해 대신 저주받고 우리를 죄에서 건져주실 자다. 예수님이 이런 분임을 안다면 소경처럼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만왕의 왕으로 최고의 자리에 앉아 전능한 힘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분이어서, 그에게 필요한 것을 구하면 다 주시는 분으로 알고 있는 자들이 있다. 이런 예수님은 인간이 상상한 우상이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자기 백성의 죄를 위해 자기 몸을 대속물로 내어주시고 구주의 자리에 앉으신 분이다. 이 외에 다른 구원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