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의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하나님의 율례와 규례를 좇으며 지켜 진실히 행하면 그는 의인이니 정녕 살리라(9절).’ 둘째, ‘그 아들이 율법을 떠나 악을 행하면 정녕 죽을지라(10~13절).’ 셋째, ‘아비가 율법을 어기는 죄인이라도 그 아들이 주의 율례를 따르면 이 사람은 그 아비의 죄악으로 인하여 죽지 아니하고 정녕 살겠고, 그 아비는 죄악으로 인하여 죽으리라(14~18절).’는 것이다.
이런 말씀을 하신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비가 신 포도를 먹었으므로 아들의 이가 시다(2절)”는 속담을 유포했기 때문이다.
성경을 보면 인간은 항상 하나님과 대립하고 충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문도 예외는 아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일까? 왜 인간은 ‘조상의 잘못 때문에 내가 벌을 받는다’고 생각할까?
인간이 살고 죽는 것은 하나님의 율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율법에 순종할 때 살고, 율법을 따르지 않을 때 죽는다고 분명히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하나님의 이런 기준에 대해 시큰둥하게 여긴다. ‘조상의 죄 때문에 내가 어려움을 당한다’고 주장하는 자체가 하나님의 율법을 온전히 수용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이사야 55장 8~9절에 “여호와의 말씀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 길과 달라서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 하셨다.
이 구절에 의하면, 하나님의 생각과 인간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고, 또 하나님의 생각이 인간의 생각보다 차원이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인간의 생각이 틀렸고 하나님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들은 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 대신 하나님의 생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따지고 반문을 제기하면서 불만을 터뜨린다.
인류의 조상인 아담은 하나님이 금하신 선악과를 따먹었다. 그때 하나님이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실과는 왜 먹었느냐?’고 책망하셨고, 아담은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하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실과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3:12)”라고 하면서 그 책임을 하나님께 돌렸다.
아담의 아내 하와에게 하나님이 물으셨다.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하와 역시 핑계를 댔다.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3:13).”
아담과 하와는 자신이 선악과를 따먹은 것에 대해서 ‘내가 그렇게 심각한 죄악을 저지른 것인가?’ 의문을 품었고, 상황 자체가 먹을 수밖에 없었기에 용납해 달라는 식으로 말한다. 여기에는 자신이 하나님 말씀을 어겼다는 죄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에스겔 선지자가 활동할 당시 이스라엘은 고통의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백성의 일부는 이미 바벨론에 끌려가 살고 있고, 이스라엘에 남아 있는 자들도 바벨론의 압박으로 하루하루가 풍전등화 같은 삶을 살았다.
이런 상황이 그들이 원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 책임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현재의 처지를 해석하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담과 하와처럼 핑계를 대면서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위로하고 정신승리를 추구했다.
이에 대해 하나님은 무섭게 책망하시며 당신의 뜻을 펼쳐 보이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처한 현재 상황은 하나님의 율법대로 시행된 일이기에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왜 하나님의 생각과 인간의 생각이 다른지를 성경을 통해서 확인해 보자.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신 목적은 자신의 영광을 위해서였다. 인간을 지으신 이유 역시 하나님을 찬송하고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인간은 하나님의 목적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자신의 만족과 기쁨에만 마음이 쏠려 있다. 그러니 하나님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하나님 말씀에 반기를 들 수밖에 없다.
바울은 로마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라(롬14:8).” 했다.
인간의 역할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 지으신 분의 목적을 위해 살려놓았다. 그렇다면 지으신 분의 뜻대로 살면 된다. 그런데 왜 나의 뜻이 나오는가?
내 행복, 즐거움, 영광을 찾고 기대하는 것은 이미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다. 살아도 주를 위하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게 하시는 분이 우리 주인이시다. 우리가 주의 것(소유)임을 잊지 말자.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드는 권이 없느냐(롬9:21)?”는 물음에 당신은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하나님은 자기 백성(만)을 구원하시는 분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입김이 전혀 틈탈 수 없다.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아들을 십자가에서 저주받게 하심으로 구원을 이루셨다. 이 주님의 뜻에 대해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