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전반(1~21절)의 내용은 ‘언약을 배반한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이 심판하실 것’을 말씀하셨는데, 후반(본문)은 ‘다윗의 후손(메시아)을 보내 이스라엘 왕으로 세우고 만백성이 그 그늘에 영원히 거하게 될 것’을 약속하셨다.
전반에서 ‘백향목 높은 가지’는 이스라엘 역사(구약)에 등장한 왕을 지칭했다면, 본문의 ‘백향목 높은 가지’는 신약 시대(종말)에 등장할 메시아를 지칭하고 있다.
따라서 구약에 펼쳐진 모든 역사는 신약에 등장하실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기 위한 예비 작업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니까 구약 시대의 모든 일은 그 자체로 최종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장차 오실 예수님이 어떤 분이며 어떤 일을 하실 것인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종말에 등장한 왕은 어떤 분인지 본문을 통해 확인해 보자. 22절에 “내가 또 백향목 꼭대기에서 높은 가지를 취하여 심으리라.” 하셨다.
이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왕(다윗)의 후손(예수님)을 새 왕으로 세운다’는 말씀이다. 예수님이 ‘유대인의 왕’이란 표현은 성경 곳곳에 등장한다(마2:2, 27:11, 27:37 등). 하지만 그분은 잠시도 (정치적)이스라엘의 왕이 된 적이 없다.
왕이라고 했으면 왕으로 백성을 통치하고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이스라엘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예수님은 말로만 스스로 왕이라고 하시면서 실제로 왕의 역할은 전혀 하지 않았기에 결국 사람들은 속았다고 생각하고 분노해서 예수님을 살해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23절에 “그 가지가 무성하고 열매를 맺어서 아름다운 백향목을 이룰 것이요 각양 새가 그 아래 깃들이며 그 가지 그늘에 거할지라.” 하셨다.
이것은 예수님을 통해 영원한 이스라엘(역사에서 쇠하고 망한 국가 이스라엘과는 전혀 다른 나라)을 세워 만백성이 그 아래 평안히 거하게 된다는 말씀이다.
이 또한 육의 관점으로 보면 오해할 수밖에 없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은 예수님이 메시아라고 하시니 큰 기대와 희망을 품었다. 예수님이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아(왕)이면 이제 이스라엘은 외부의 공격을 용납하지 않는 강한 나라가 될 것이고, 또 가난, 질병, 전쟁 따위는 없는 행복과 평화가 지속되는 나라가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환경은 잠시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직전 온 백성들에게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메시아)임을 소개한 인물이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하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다(요1:29).” 하지만 그가 기대하고 백성들이 바라는 세상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 요한은 헤롯 왕을 비난한 죄로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면회 온 제자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만다. 예수님을 만나 물어보라고 하면서 하는 말이 “오실 그이가 당신입니까? 아니면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마11:3).”
위의 내용은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소개한 세례 요한마저도 나중에 의문을 품었다는 것이다. 즉 구약의 예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24절에 “들의 모든 나무가 나 여호와는 높은 나무를 낮추고 낮은 나무를 높이며 푸른 나무를 말리우고 마른 나무를 무성케 하는 줄 알리라.” 하셨다.
하나님은 높은 자를 낮추고, 낮은 자를 높이는 분이란다. 이 구절도 의문을 품게 하는 말씀이다. 왜 하나님이 이런 일을 하실까? 위 구절에 의하면 하나님은 인간들의 상황을 역전시키는 분이란 말인데, 왜 굳이 뒤집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차라리 낮은 자를 높이고, 높은 자를 계속 높은 자로 머물게 하는 분으로 소개했다면 사람들이 그분을 좋아하고 따를 것 같은데?
예수님은 인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오신 분이 아니라 아버지와의 언약을 이루기 위해 이 땅에 오셨고, 그 일의 일환으로 높은 자를 낮추시고 낮은 자를 높이는 일을 하신다.
즉 높이고 낮추는 것이 주님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고, 또 인간들의 관점은 하나님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말씀하신 것이다. 사람들이 높은 자를 보면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결코 그를 높이 보지 않으신다는 말이다. 반대의 경우도 동일하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과 가치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평가하시고 바라보시는 분이 주님이심을 밝히고 있다. 더 이상 나의 생각, 판단, 가치에 얽매이지 말자. 아니 빨리 나의 관점을 포기하고 주님의 관점으로 새롭게 모든 것을 바라보자.
주님은 오직 자기 영광을 위해 온갖 일을 진행하신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을 위한 일은 없다. 그런데 왜 나를 위해 하나님이 일하실 것이라고 고집하고 있는가? 우리는 살아도, 죽어도 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롬14:8)을 기억하자.
예수님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하실 분으로 이 땅에 오셨고, 십자가 지심으로 그 일을 완성하셨다. 주님의 피로 씻음 받은 자는 주님과 함께 영원히 살 주님의 백성(이스라엘)임을 본문은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