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죄인이 거룩하신 하나님을 대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신약의 성도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하나님과 함께 거한다는 사실을 본문을 설명하고 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도성인 하늘의 예루살렘에 예수님과 천사들과 함께 거하면서 공포나 불안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누리며 주님을 찬양하며 기뻐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과연 성도는 어떤 자인데 심판자이신 하나님 앞에 두려움과 공포가 아닌 즐거움과 감사를 드릴 수 있단 말인가? 구약 시절이나 지금이나 분명 하나님은 죄악에 대해 진노하시고 심판하시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29절 말씀에도 “우리 하나님은 소멸하는 불이심이니라.”고 했지 않은가?
오히려 구약 시절에는 ‘하나님의 소리가 땅을 진동하였지만 이제는 땅만 아니라 하늘도 진동한다(27절)’고 하셨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분의 엄위하신 심판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분 앞에 아무 일 없이 평화를 누리며 함께 거할 수 있다니 이것이 도무지 어찌된 일인가?
그 해답은 24절에서 찾을 수 있다. ‘새 언약의 중보이신 예수님의 뿌린 피’ 때문에 성도는 의롭게 되었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 소멸하시는 불 앞에서도 엄연히 불타지 않고 살게 된 것이다. 성도는 바로 이런 은혜를 받은 자이기에 예수님의 피를 감사하고 찬양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으로부터 계명을 받은 모세는 백성들을 향해,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지 않는다면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했고, 이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고 위반한 자들에게는 어김없는 심판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신약에는 직접 말씀을 주신 예수님을 거절한다면 이것은 더 무서운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흔히 사람들은 이런 주장을 한다. ‘구약의 하나님은 심판의 하나님이고, 신약의 하나님은 긍휼의 하나님’이라고.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전혀 성경을 오해한 결과이다. 신,구약 가릴 것 없이 하나님은 죄에 대해서는 손톱만큼의 용납함도 없이 철저하게 응징하시는 분이다. 그 사실은 아들 예수님마저도 예외 없이 십자가에서 죽이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엄위하신 하나님과 성도가 하나가 되어 기뻐하며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기적 중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 엄청난 일이 예수님의 십자가 지시는 사건을 통해 일어났는데, 그로 말미암아 죄악으로 얼룩진 자들이 거룩함을 얻었고, 그것 때문에 하나님 아버지와 성도들 간의 화평을 이루게 된 것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하나님이 만드신 이 땅의 모든 것들은 무조건 영원히 보존되는 것이 선하고 의롭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순전히 자기 사랑(영원히 존재하고 싶은 생각) 때문에 빚어진 무분별한 상상력의 결과이다. 이 땅에 피조된 모든 것들은 전부가 소멸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만드셨다. 그러기에 부서지고, 망가지고, 썩고, 변해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이 진동하고 소멸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아니 소멸 되어야만 영원히 소멸 되지 않을 새로운 것을 희망할 수 있다. 성도는 ‘새 언약의 중보이신 예수님의 피 뿌림을 받은 자’이기에 소멸할 자들이 아니라 영존할 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받은 나라는 진동치 않는 나라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새롭게 된 성도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도성인 하늘의 예루살렘에 이른 자이다. 나중에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님이 계신 시온산에 이른 자이다. 이 성도의 거처는 누가 빼앗을 수도 없고, 이곳은 세상과 달리 흔들리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세계이다. 그곳에서 주님을 찬양하며 영원히 경배하는 것, 이것이 성도가 받은 은총이다.
진동하고 소멸할 세상에서 영원히 소멸하지 않을 하나님의 나라가 있다는 사실과, 그곳은 오직 어린양의 피 공로로만 갈 수 있는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그 피의 능력과 사랑을 감사하며 자랑하는 것이 성도가 이 땅에 사는 동안의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