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본문(겔12:1-7)에서는 하나님이 에스겔 선지자에게 이상한 행동을 요구[낮에 사람들이 보도록 행구를 밖으로 내놓고, 밤에 성벽을 뚫고 행구를 옮기되 포로되어 가는 자같이 하라]하셔서 실행에 옮겼다.
오늘 본문에서는 ‘이스라엘 족속 곧 그 패역한 족속이 네게 묻기를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라’고 일러주신다.
10절에 “이것은 예루살렘 왕과 그 가운데 있는 이스라엘 온 족속에 대한 예조라” 하셨고, 11절에 “내가 행한대로 그들이 당하여 사로잡혀 옮겨 갈지라.” 12절에 “무리가 성벽을 뚫고 행구를 그리로 가지고 나가고 그 중에 왕은 어두울 때에 어깨에 행구를 메고 나가며 눈으로 땅을 보지 아니하려고 자기 얼굴을 가리우리라 하라” 하셨다.
그러니까 선지자가 이상한 행동을 보인 것은 장차 이스라엘 백성들이 당할 일을 미리 보여주신 것이었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에스겔은 현재 바벨론에 포로 잡혀 와 있고, 바벨론에서 이상한 행동을 할 때 그것을 보는 자는 자기와 같이 포로 잡혀 온 동족들인데 굳이 이들에게 장차 있을 예루살렘에서의 일을 보여주신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포로로 잡혀 온 자들 역시 패역한 족속이기에 그들이 하나님의 뜻을 알아야 했고, 또 이 소식이 고국에까지 전달되도록 하시려는 것이다.
먼저 끌려온 자들은 자신들이 더 불행한 처지에 있다고 생각했고, 남은 자들을 부러워하며 어떻게 하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그러니까 현재의 환경을 원망하며 과거 내 나라 내 땅에 살 때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런 자들에게 하나님이 보여주신 뜻은 ‘고국에 남은 자를 부러워할 것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포로로 잡혀 끌려올 것이기에.
사람들은 항상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한다. ‘좋다, 나쁘다’는 평가도 남과의 비교로 이뤄진다. 먼저 바벨론에 끌려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과 남은 백성들을 비교하면서 자신을 불행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궁리하는 이 패역한 모습을 하나님이 지적하시려고 에스겔을 통해 당신의 뜻을 알려주셨다.
내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남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기준이다. 나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주의 말씀에 나를 비춰보면 된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에 내가 얼마나 부합해서 살아가는가가 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유일한 잣대다.
13절에 “내가 또 내 그물을 그의 위에 치고 내 올무에 걸리게 하여 그를 끌고 갈대아 땅 바벨론에 이르리니 그가 거기서 죽으려니와 그 땅을 보지 못하리라.” 하셨다.
이 구절 또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에 끌려오고 일부는 남아있는 상황은 나라가 힘이 없어서 강대국에게 침략당해서 벌어진 일로 여겼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힘을 가져야 하는데, 당장 약한 나라가 강하게 되는 것은 현실성이 낮고, 주변 강대국의 도움을 받아 침략국 바벨론을 물리친다면 다시 내 땅에 돌아가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은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하나님이 그물을 치고 올무를 놓아 이스라엘 백성을 걸려들게 했고, 바벨론에 끌고 가고 또 죽인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생각하는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 혹은 지혜와 지혜의 대결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전쟁에 돌입할 때는 전혀 이런 구도가 아니다.
지난 일들을 생각해 보라. 애굽에서 탈출할 때 이스라엘이 애굽보다 강해서 탈출에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또 가나안 땅을 차지한 것 역시 이스라엘이 가나안 거민보다 강해서 차지한 것이 아니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이 더 강한 힘이나 전략이 있어서 승리한 것인가? 결코 아니다.
그럼 어떻게 약한 자가 강한 상대를 이길 수 있었는가? 다윗의 고백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가노라(삼상17:45).”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군대다. 하나님의 군대가 전쟁에 돌입했을 때는 언약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드러내게 되어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 편이라고 무조건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언약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16절에 “내가 그 중 몇 사람을 남겨 칼과 기근과 온역을 벗어나게 하여 그들로 이르는 이방인 중에 자기의 모든 가증한 일을 자백하게 하리니 그들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고 하셨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끌려가는 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언약을 떠났기에 가나안에서 쫓겨난 것이고, 그들 중에 몇 사람을 남겨 ‘자기의 모든 가증한 일을 자백’하게 하시는 것도 여호와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온 천하에 드러내는 하나님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