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다’(19절)는 말씀은 희한하고 신비하기 짝이 없는, 아니 이상하고 납득하기 힘든 말씀이다. 청와대의 높은 지위에 있는 분의 힘을 의지한다거나 재벌의 많은 돈을 힘으로 삼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예수의 피가 힘이 된다니 이게 도무지 무슨 뜻인지?
원래 성소(보통 성소라고 하면 성막의 휘장을 중심으로 법궤가 놓인 안쪽은 지성소라 하고 그 바깥쪽은 성소라고 하는데 본문에 기록된 성소는 지성소를 지칭하고 있다)에는 죄인이 못 들어간다. 단 대제사장이 1년에 한차례 정결한 짐승을 죽여 제사 드리고 그 피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이처럼 들어갈 수 없는 거룩한 곳에 죄인인 우리가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예수님의 피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길이 없는데 새롭게 길을 내시고, 그 길로 자기 백성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능력과 사랑을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을 탈출할 때를 생각해 보라. 뒤에서는 애굽 병사들이 추격하고 있고 앞에는 홍해가 막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가나안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바다를 갈라 길을 내시고 그 길로 자기 백성들을 건너게 하셨다.
“그 길은 우리를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롭고 산 길이요 휘장은 곧 저희 육체니라”(20절)고 하신 말씀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새롭고 산 길’은 인간의 힘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며, 세상에 있는 길도 아니다. 이 땅에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기에 새롭다고 했고, 또 그 길은 생명을 제공하는 길이기에 산 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없는 길을 어떻게 만드는가?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자기 몸을 찢음으로 마련하신 길이다. 즉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서 제물로 드림으로 자기 백성에게 제시한 길이며, 이 길이야말로 생명의 길이며 아버지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예수님이 자기 몸을 찢어 피 흘려 마련하신 이 길을 통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19절에서는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다’고 한 것이다.
예수님은 자기 피로 백성들을 죄에서 정결케 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는데, 우리는 그분을 전혀 오해하고 있다. 하나님의 아들이니까 무한한 능력을 갖고 계실 것이고, 그분의 많은 능력을 조금만이라도 받는다면 이 세상을 쉽고 편하게,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서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병든 자는 건강을 기원하고, 가난한 자들은 물질을 소망하면서 예수님께 나아간다. 그러나 진정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기를 원하셨던 것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오직 자신의 피를 근거로 한 죄 사함이 그것이다.
중풍에 걸린 어떤 사람이 병 낳기를 소망해서 악전고투하며 예수님께 찾아왔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찾아온 병자에게 단 한마디도 병에 대해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 대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소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막2:5)고. 이것은 병자가 소망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원하신 것을 그에게 주신 것이다.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를 베드로와 요한이 만났다. 손을 펴며 돈을 요구한 그에게 베드로는 이상한 말을 했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행3:6)고.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돈을 요구했지만 베드로가 준 것은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었다.
죄인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예수님의 피. 이 피가 우리에게 뿌려짐으로 말미암아 거룩함을 얻는다. 그분의 피가 없이는 결코 정결케 될 수 없다. 그러니 그 피를 힘입는다는 것이 얼마나 크고 엄청난 은총인가?
돈이 권력이 건강이 힘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아직도 자신의 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모르는 자이다. 죄는 죄인 스스로 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자기 아들을 대속의 제물로 이 땅에 보내셨고, 예수님은 자기 몸을 십자가에 드리셨다.
아직도 ‘그 아들 예수의 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그는 피를 힘입고 성소로 나아갈 자가 아니다. 아버지가 계신 그곳으로 나아갈 자는 예수의 피를 힘입지 않을 수 없고, 그 피의 소중함을 외면할 수 없다. 어린양의 보혈의 피는 성도에게는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성도는 보혈의 피를 자랑하고, 다른 형제들에게 이 진리를 잊지 않도록 서로 돌아보며 격려하기 위해 모이게 된다. 이런 성도들의 모임이 바로 교회이며, 주의 이름으로 모인 그곳에는 주님도 함께 하신다(마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