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자는 하나님의 뜻을 백성에게 전달하는 사명을 맡은 자다. 그래서 그에게는 특별히 주의 신이 임하게 되는데(1절), 주의 신이 임할 때는 평소 인간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생소한 현실을 접하게 된다.
2절에 “인자야 네가 패역한 족속 중에 거하도다. 그들은 볼 눈이 있어도 보지 아니하고 들을 귀가 있어도 듣지 아니하나니 그들은 패역한 족속임이니라”하셨다.
여기서 ‘패역한 족속’이란 말이 두 번 나오는데,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그들이 눈이 있어도 보지 아니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아니함’ 때문이란다.
에스겔을 포함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와서 살고 있는데, 이들은 현 상황을 힘이 없어서 전쟁에 패했고, 그 결과 타국에 끌려와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결과가 온 것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온전히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눈이 있어도 보지 아니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아니하는 패역한 족속’이란 하나님의 규정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이제 시선을 우리에게 돌려보자.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은 비단 그들에게만 국한해서 하신 말씀은 아니다. 즉 어느 시대 어떤 인간이든 이 말씀이 해당된다는 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에게 하신 말씀’이다.
눈도 귀도 다 무용지물이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도 보지도 않는 패역한 자가 바로 나라고 말씀하신다.
그럼 선지자에게 들려주신 하나님의 말씀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4~6절에 “너는 낮에 그 목전에서 네 행구를 밖으로 내기를 이사하는 행구 같이 하고 저물 때에 너는 그 목전에서 밖으로 나가기를 포로되어 가는 자같이 하라 … 너는 그 목전에서 성벽을 뚫고 그리로 좇아 옮기되 캄캄할 때에 그 목전에서 어깨에 메고 나가며 얼굴을 가리우고 땅을 보지 말지어다.”
실제로 선지자가 이사 가는 것은 아닌데 마치 이사 가는 사람처럼 행동하라고 지시하셨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낮에 사람들이 볼 때 이삿짐을 꾸리고, 밤에 성벽을 뚫고 포로되어 가는 자 같이 가라고 하신다.
여기서 일반적인 이사와는 다른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낮에 이삿짐을 꾸리고 밤에 이사하라고 하신 것과 대문으로 이삿짐이 나가는 것이 아닌 성벽을 뚫고 포로되어 가는 자처럼 가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이처럼 이상한 행동을 선지자에게 시킨 이유는 6절 후반에 잘 나와 있다. “이는 내가 너를 세워 이스라엘 족속에게 징조가 되게 함이니라.”
그러니까 선지자의 이상한 행동은 ‘이스라엘 족속에게 징조를 보여주신 것’으로 장차 이스라엘 백성들이 포로가 되어 끌려가게 될 것임을 일러주신 것이다.
이 내용이 아직 이스라엘 땅에 살고 있는 백성들에게까지 전해질 것이 분명하지만 이미 포로로 잡혀 온 자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패역한 족속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데, 그 패역함이 타국에 끌려와 살게 되는 것을 기쁨으로 수용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말씀에 따른 결과임을 깨닫고 현재의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내가 살기 좋은 환경을 추구하는데 그 소망과 정반대의 환경이 만들어지면 그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백방으로 돌파구를 찾고 속히 좋은 환경으로 옮겨가려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런 인간들의 생각과 행동을 ‘패역한 것’으로 규정하시고, 모든 환경은 하나님이 말씀대로 운행하고 계심을 보여주는 것이며, 어떤 환경이든 그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고 감사하고 찬송하기를 바라신다.
에스겔 선지자는 하나님이 명하신 이상한 행동을 주저함 없이 순종했다(7절). 이것이 패역한 자들과는 다른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자의 모습이다.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다. 이 말은 나 개인의 일을 위해 사는 자가 아닌 예수님의 뜻을 보여주기 위해 움직이는 주님의 도구란 뜻이다. “네가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군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을지니 군사로 다니는 자는 자기 생활에 얽매이는 자가 하나도 없나니 이는 군사로 모집한 자를 기쁘게 하려 함이라(딤후 2:3-4).”
이 세상은 하나님이 자기 언약을 보여주시는 공간이다. 그런데 사단의 유혹에 사로잡힌 인간들은 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착각하며 산다. 이런 상태로 살아가는 자를 주님은 ‘패역한 족속’이라 하셨다.
더 이상 사단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자. 나를 위한 세상은 없고, 내 행복을 위한 환경도 없다. 모든 것이 주의 것이기에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롬14:8)”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