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신이 임한 에스겔은 성전으로 들려 가 그곳에서 행해지는 완악한 장면을 보았고, 아울러 하나님의 말씀도 듣게 된다. 본문에서는 예루살렘 거민들이 하는 이야기와 또 하나님의 뜻을 알려주시면서 에스겔 선지자에게 하나님이 하신 말씀을 백성들에게 전하라고 명하신다.
선지자는 하나님의 뜻을 백성들에게 전달하는 자이다. 그래서 특별히 주의 신이 임해서 하나님의 뜻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된다. 이에 반해 주의 신이 임하지 않은 자는 선지자와는 전혀 다른 안목으로 하나님의 뜻을 말하고 세상을 읽고 해석한다.
본문은 이 두 진영의 서로 다른 주장들을 대비시키면서 인간이 얼마나 하나님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신다.
먼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5절에 “인자야 예루살렘 거민이 너의 형제 곧 너의 형제와 친척과 이스라엘 온 족속을 향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여호와에게서 멀리 떠나라. 이 땅은 우리에게 주어 기업이 되게 하신 것이라.” 이렇게 되어 있다.
“예루살렘 거민이”라고 했으니 바벨론에 끌려가지 않고 남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지만,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자들의 생각도 예루살렘 거민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 이유는 주의 신이 임하지 않은 자는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들 생각을 살펴보면, 남은 자들의 말이 ‘갈 사람은 가라. 이 땅은 우리에게 주어 기업이 되게 하신 것이다.’ 했기에, 남은 자들은 하나님의 사랑과 복을 받은 것이고, 떠나간 자는 하나님의 저주가 임한 것으로 이해했다. 포로 잡혀간 자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정반대로 말씀하고 있다. “내가 비록 그들을 멀리 이방인 가운데로 쫓고 열방에 흩었으나 그들이 이른 열방에서 내가 잠깐 그들에게 성소가 되리라 … 내가 너희를 만민 가운데서 모으며 너희를 흩은 열망 가운데서 모아 내고 이스라엘 땅으로 너희에게 주리라 … 그들이 그리로 가서 그 가운데 모든 미운 물건과 가증한 것을 제하여 버릴지라. 내가 그들에게 일치한 마음을 주고 그 속에 새 신을 주며 … 부드러운 마음을 주어서 내 율례를 좇으며 내 규례를 지켜 행하게 하리니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16~20절).”고 하셨다.
하나님 말씀에 따르면 남은 자들이 아닌 끌려간 자들이 복 받은 자이다. 비록 이방 나라에 끌려갔지만,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하시겠다(내가 잠깐 그들에게 성소가 되리라)고 하셨고, 또 ‘흩은 열망 가운데서 모아 내고 이스라엘 땅을 너희에게 주리라’ 하셨고, 그뿐 아니라 ‘새 신을 주어 주님의 율례를 행하게 해서 주의 백성이 되게 하겠다’고 약속하셨다. 21절은 남은 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미운 것과 가증한 것을 마음으로 좇는 자는 내가 그 행위대로 그 머리에 갚으리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
‘미운 것과 가증한 것을 마음으로 좇는 자’는 아직도 성전이 우리와 함께 있고, 이 성전에서 하나님께 기도하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 믿고 끝까지 성전을 붙잡고 있는 자들이다.
하나님께서 에스겔에게 보여주신 성전 안의 풍경이 어떠했는가? 온갖 우상이 세워져 있고, 또 벽에 잡다한 곤충과 짐승이 그려져 있고, 여호와가 아닌 태양신을 향해 기도하는 등등 그야말로 하나님을 분노케 하는 일들이 성전에 가득 차 있었다. 즉 ‘미운 것, 가증한 것’을 이들이 마음으로 좇고 있었다.
이들을 향해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셨다. “내가 그 행위대로 그 머리에 갚으리라”고.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 외부의 적이 침략해서 백성들을 끌고 가는데 끌려간 사람이 있고, 남은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이 양편을 어떻게 이해했는가 하는 점을 본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누가 봐도 내가 내 나라에 사는 것이 좋지, 남의 나라에 끌려간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런데 하나님은 정반대로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우리는 화들짝 놀라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들이 결코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선악과를 따먹었기에 사단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니 그 당연함이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리요 주님을 분노케 하는 일이다.
에스겔에게 굳이 주의 신이 임하는 이유를 알겠는가? 주의 신이 임하지 않으면 결코 하나님의 깊은 것을 알 수 없기에 주님은 자신의 마음을 알려주시려고 주의 신을 내리신다.
“내가 그들(포로로 잡혀간 자들)에게 일치한 마음을 주고 새 신을 주며 그 몸에서 굳은 마음을 제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주어서 내 율례를 좇으며 내 규례를 지켜 행하게 하리니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19~20절).” 이 방법 외에 주님을 알 수 없고, 주의 백성 되는 일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