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신이 나를 들어 데리고 여호와의 전 동문 곧 동향한 문에 이르시기로 본즉(1절)” 이렇게 시작된다. 에스겔에게 주의 신이 임했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자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성전 동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을 보자. 25명의 방백들이 불의를 품고 악한 꾀를 베푸는데, “집 건축할 때가 가깝지 아니한즉 이 성읍은 가마가 되고 우리는 고기가 된다(3절).”라고 했다.
이런 주장은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받아 백성들에게 선포한 내용과는 정반대의 말이다. 하나님이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말씀하셨다.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 내가 예루살렘에서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가게 한 모든 포로에게 이같이 이르노라.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 거하며 전원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으라(렘29:4~5).”
하나님의 뜻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으로 포로 잡혀가서 당분간(70년) 그곳에서 사는 것이다. 그런데 성전에 모인 방백들은 ‘아직 집 건축할 때가 아니다.’라고 정반대의 말로 하나님을 대적하고 있다.
또 ‘이 성읍은 가마가 되고 우리는 고기가 된다’라고 했는데, 이 말은, 예루살렘 성은 강철로 만든 가마와 같기에 외부의 적들이 결코 침범하지 못할 것이고, 그 성에 거주하는 우리는 가마 속에 놓인 고기처럼 안전하게 살 것임을 주장한 것이다.
이들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보자. “너희가 이 성읍에서 많이 살육하여 그 시체로 거리에 채웠도다. 그러므로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이 성읍 중에서 너희가 살육한 시체는 그 고기요, 이 성읍은 그 가마려니와 너희는 그 아는데서 끌려 나오리라(6~7절).”
방백들의 주장과 하나님의 말씀은 전혀 다르다. ‘무쇠 가마 속에 놓인 고기처럼 안전하다.’라는 방백들의 말과 ‘성읍에서 살육당한 시체가 그 고기요, 이 성읍은 그 가마다.’라는 주님은 말씀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후에는 하나님이 방백들의 말을 인용해서 더 무서운 말씀을 하셨다. “너희는 이 패역한 족속에게 비유를 베풀어 이르기를 주 여호와의 말씀에 한 가마를 걸라. 건 후에 물을 붓고 양떼에서 고른 것을 가지고 각을 뜨고 그 넓적다리와 어깨고기의 모든 좋은 덩이를 그 가운데 모아 넣으며 고른 뼈를 가득히 담고 그 뼈를 위하여 가마 밑에 나무를 쌓아 넣고 잘 삶되 가마 속의 뼈가 무르도록 삶을지어다(24:3~5절).”
즉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지 않고 끝까지 이스라엘을 떠나지 않겠다는 자들에게는 이 성읍이 가마가 되고 그곳에 머무는 자들은 가마솥에 담긴 고기가 되도록 하나님이 온전히 심판하겠다고 선언하신 것이다.
끝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대적하고 이스라엘을 떠나지 않으려는 자들에게 하나님은 이런 말씀도 하셨다. “너희를 그 성읍 가운데서 끌어내어 타국인의 손에 붙여 너희에게 벌을 내리리니 너희가 칼에 엎드러질 것이라. 내가 이스라엘 변경에서 너희를 국문하리니 너희가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8~9절).”
왜 하나님의 말씀을 대적하는가? 하나님이 나타나 직접 말씀하셨다면 그 말씀에 순종했겠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다는 자(선지자)가 등장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내뱉으니 그런 자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의 상식을 초월하는 내용이고, 더 나아가 인간을 죽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말씀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인간들의 모습은 참으로 처연하다. 살려고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점점 죽음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너희가 내 율례를 행치 아니하며 규례를 지키지 아니하고 너희 사방에 있는 이방인의 규례대로 행하였느니라(12절).”
이 모습은 ‘생수의 근원인 나(여호와)를 버리고 스스로 웅덩이를 팠는데, 그 웅덩이는 물을 저축지 못할 터진 웅덩이다(렘2:13).’라는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선지자를 통해서 말씀하시는데, 사람들은 그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받을 수 없었기에 선지자를 핍박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외면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자신의 말씀을 이루셔서 당신이 여호와 하나님임을 만방에 알리신다.
13절에는 “이에 내가 예언할 때에 브나야의 아들 블라댜가 죽기로 내가 엎드리어 큰 소리로 부르짖어 가로되 오호라 주 여호와여 이스라엘의 남은 자를 다 멸절하고자 하시나이까 하니라.”는 말씀이 있다.
선지자마저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수용하지 못하고 인간의 생각으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합당한 것인지 반문한다.
예루살렘 성이 무너지고 성전이 파괴되어도 하나님이 구원할 자는 반드시 구원하신다. 더 이상 눈에 보이는 성읍과 성전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영원히 변치 않는 하나님의 언약에 귀를 기울일 때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온전하신 뜻을 깨닫고 주님과 함께 기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