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나타난 성전의 모습은 에스겔이 이전에 본 성전의 풍경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 본 성전은 인간들이 우상을 숭배하는 장면들이 주로 보였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일체 인간들은 보이지 않고 오직 하나님과 천사들만 있다.
2절에 “하나님이 베옷 입은 사람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는 그룹 밑 바퀴 사이로 들어가서 그 속에서 숯불을 두 손에 가득히 움켜가지고 성읍 위에 흩으라 하시매 그가 내 목전에 들어가더라.”
6절에 “하나님이 가는 베옷 입은 자에게 명하시기를 바퀴 사이 곧 그룹들 사이에서 불을 취하라 하셨으므로 그가 들어가 바퀴 옆에 서매”라고 했다.
이 두 구절의 내용을 취합해 보면, 하나님이 베옷 입은 자에게 ‘그룹들 사이에서 불을 취하여 성읍에 부으라’고 명령하셨다.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룹들도 천사고 베옷 입은 자도 천사다. 특이한 모양을 한 그룹들은 에스겔이 그발 강가에서 본 이상한 생물체(1장)가 재등장한 것인데, 이 그룹의 특징은 네 개의 다른 실체와 모양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바퀴가 굴러가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바퀴 둘레에 눈이 가득하고 그곳에서 불이 나온다는 것이다.
천사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복할 뿐이다. 그러기에 베옷 입은 천사가 그룹 천사들에게서 나오는 불을 받아 예루살렘 성읍에 붓는다. 이것이 본문에 나타난 성전의 온전한 기능(역할)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는데(창 1장) 이것을 ‘창조1’이라 한다면 이는 새창조(창조2)를 위한 창조이기에 결국은 다 무너지고 말 것들이다. “이제 하늘과 땅은 그 동일한 말씀으로 불사르기 위하여 간수하신바 되어 경건치 아니한 사람들의 심판과 멸망의 날까지 보존하여 두신 것이니라 … 하나님의 날이 임하기를 바라보고 간절히 사모하라 그날에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려니와 우리는 그의 약속대로 의에 거하는바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도다(벧후3:7~13).”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인간들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고이 간직하여 영원히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그 생각 중 하나가 자신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하나님의 뜻과는 무관한 사단의 유혹에 빠진 인간들의 반복음적 사고이다.
첫 창조는 새 창조(새 하늘과 새 땅)를 위한 것이기에 이 땅에 세워진 성전은 무너질 성전이고 새 성전(예수님)을 위해 잠시 있다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본문은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다.
혈통적 이스라엘은 참 이스라엘(그리스도의 피로 만들어진 성도)을 보여주기 위한 그림자였다. 그러기에 국가 이스라엘이 멸망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에스겔 선지자도 하나님의 분노(예루살렘 성읍 남은 자들의 시체로 성전 뜰을 채우라는 하나님의 명령)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호라 주 여호와여 예루살렘을 향하여 분노를 쏟으시오니 이스라엘 남은 자를 모두 멸하려 하시나이까(9:8)”라고 반문했다.
참 성전을 위해 임시 성전이 있다면 임시 성전이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할 이유가 없다. 새 하늘과 새 땅이 있는데 왜 이 땅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다시 천사들을 주목해 보자. 베옷 입은 천사는 군말 없이 하나님의 명령에 따른다. 그룹들 역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차질 없이 진행할 뿐이다. 그런데 왜 인간들(에스겔 선지자 포함)은 하나님의 일을 ‘아멘’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의 소망과 기대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천사들은 자신의 기대와 소망이 없다. 오직 주님의 명령에 따를 뿐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선악과를 먹은 탓에 스스로 신이 되어 자신의 목적과 소망과 바람이 있다. 그래서 끝없이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안간힘 중 하나가 하나님을 믿고 능력을 받아 자기 목적을 성취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성전에서 우상을 숭배하는 이유를 알겠는가? 하나님의 이름과 영광을 위한 성전이란 점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내 영광과 내 이름이 높아지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성전에서 내 영광과 기쁨과 평안을 위해 제사하고 기도하고 정성을 드렸는데 자신의 뜻과는 반대의 결과를 얻게 되었다.
그러니 더 이상 하나님은 자신들이 믿고 섬겨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우상을 경배하게 되었고, 그 우상에게 자신의 소망을 이뤄달라고 간절히 매달린 것이다. 그 모습이 에스겔이 성전에서 본 풍경이었다.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신 것은 당신이 원하는 세상이 따로 있음을 보여주시기 위함이었다. 아담을 창조하신 이유는 하나님이 정말 원하시는 두 번째 아담(예수님)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사람은 다 거짓되되 오직 하나님은 참되시다 할지어다(롬43:4).”라고 했다. 여기에 토를 달 이유가 없다. 하나님의 참되심을 위해 인간을 거짓되게 만드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