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이 성신에 이끌려 성전 뜰 문에 이르렀는데, 담에 구멍이 있었고, 여호와께서 ‘담을 헐라’ 하셔서 담을 허니 또 한 문이 나왔고, ‘그곳으로 들어가 그들이 행하는 가증하고 악한 일을 보라’ 하셔서 들어가서 보니 각종 곤충과 가증한 짐승과 우상을 그 사면 벽에 그렸고, 장로 70인과 야아사냐가 그 가운데 섰고, 각기 손에 향로를 들었는데 향연이 피어올랐고, 이들이 하는 말이 ‘여호와께서 우리를 보지 아니하시며 이 땅을 버리셨다’고 했고, 여호와께서 에스겔에게 ‘너는 다시 그들의 행하는바 다른 큰 가증한 일을 보리라’고 하셨다.
에스겔이 이런 광경을 보게 된 시점은 남쪽 유대가 멸망하기 5년 전이었고, 본인은 이미 바벨론에 포로 잡혀 온 때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니까 이런 일을 통해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멸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선지자를 통해 알려주신 것이다.
이제 본문을 좀 더 자세히 보자. ‘담에 구멍이 있었다(7절)’는 것은 문으로 드나들지 않고 담에 구멍을 뚫어 그곳으로 다닌 흔적인데, 이것은 성전에 들어갈 자격이 없는 자들이 뚫린 구멍으로 드나들었거나 혹은 성전에 들어가 떳떳하게 할 수 없는 일을 몰래 숨어서 하기 위해 개구멍을 이용했다는 의미다. 하나님의 성전이 이렇게 이용되었으니 하나님의 진노를 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겠다.
‘담을 헐라(8절)’ 하신 것은 더 이상 성전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성전 벽에 그려진 각종 우상 앞에서 백성의 지도자들이 향을 피우며 경배하는 장면(10~11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호와의 성전에서 각양 곤충과 짐승과 우상을 사면 벽에 그려놓고, 그 앞에 서서 향을 피워 경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곤충, 짐승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들로 인해 전염병이 창궐하기도 하고, 때로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어 기근을 당하기도 했으니 이들에게 잘 보여 어려움을 당치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이들이 여호와 하나님을 섬긴 이유도 다르지 않다. 하나님이 화가 나시면 자신들의 삶이 고통스럽기에 가능하면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하나님께 제사도 드리고 기도도 올린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섬긴 여호와는 우상이 되고 만 것이다.
이스라엘은 여호와 하나님을 경배하도록 지음 받은 자들이기에 여호와를 경배, 찬양하는 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다. 그 외에 다른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스라엘 족속의 ‘장로 70인, 그리고 사반의 아들 야아사냐가 손에 향로를 들고 있었는데(11절)’ 이들은 다 백성의 대표 중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장로 70인을 세운 것의 출발은 출애굽 시절에 모세 혼자 백성을 이끄는 것을 힘겨워해서 하나님이 백성의 대표 70인을 세워 성신을 주시고 그들이 모세와 함께 백성을 이끌도록 하셨다(민11:11~17).
그러니 본문에서 장로 70인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대표 지도자들로 보면 된다. 그리고 사반의 아들 야아사냐가 나오는데, 사반은 요시야 왕 때 왕과 함께 우상을 철거하는 일이 앞장선 서기관(제사장)이었다. 그런 자의 아들이 우상 숭배의 전면에 나서 대표자로 서 있음이 현 이스라엘(요시야의 아들 시드기야 재임 때)의 상황임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그 이유가 12절에서 소상히 밝혀진다. “그들이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우리를 보지 아니하시며 이 땅을 버리셨다 하느니라.”
이들의 판단이 정확하다. 그런데 그 해결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 심각한 것이다. 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외면하셨는가? 그 이유는 그들이 여호와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결책은 여호와께로 돌아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그런데 이들은 여호와를 버리고 우상을 찾았다.
이들에게 여호와는 수많은 신 중 하나였다. 이방 나라는 각자 자신들이 섬기는 신이 있었고 이스라엘에게는 여호와가 신이었다. 그런데 이방 나라가 더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여호와보다는 그 신이 더 우월하고 능력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여호와를 버리고 다른 신을 섬기게 된 것이다. 여호와의 이름이 있는 성전에서 여호와 아닌 우상을 섬기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13절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너는 다시 그들의 행하는바 다른 큰 가증한 일을 보리라 하시더라.”
이보다 더 가증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하나님은 또 다른 큰 가증한 일을 볼 것이라고 하셨다. 인간의 죄악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가를 선지자를 통해 알려주신다.
이런 이스라엘에게 ‘심판의 몽둥이가 꽃피게 하겠다(7:10)’고 하신 하나님의 선언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님 언약의 최종 지점은 아니다. 멸망할 자는 멸망할 것이고 당신이 구원할 자는 죽음에서 살리실 것을 약속하셨다.
“여호와께서 …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이 뼈들이 능히 살겠느냐(37:1~3)?” 물으셨고 또 말씀하시기를 “내가 생기로 너희에게 들어가게 하리니 너희가 살리라(37:5).” 하셨다.
인자이신 예수님이 자기 백성의 죄를 대속함으로 죽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 하나님의 최종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