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히브리어 알파벳 열네 번째인 눈( נ )으로 시작되며, 목숨보다 소중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찬양하고 있다.
105절에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등’과 ‘빛’은 같은 의미지만 ‘발의 등’과 ‘길에 빛’은 그 범위에 차이가 있다. ‘발의 등’이 근거리를 밝히는 기능이라면, ‘길에 빛’은 먼 곳까지 밝혀준다. 여하간 시인은 ‘주의 말씀’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인도한다는 점을 고백하고 있다.
106절에 “주의 의로운 규례를 지키기로 맹세하고 굳게 정하였나이다.”라는 했는데, ‘의로운 규례’는 하나님의 말씀을 정의한 것으로, 심판과 구원의 명확한 기준이 ‘주의 말씀’이기에, 그 말씀을 ‘지키기로 맹세(그 기준에서 떠나지 않기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107절 “나의 고난이 막심하오니 여호와여 주의 말씀대로 나를 소성케 하소서.” 이 구절은 ‘고난’과 ‘소성’이라는 두 단어의 대비를 통해서 다시금 말씀의 능력을 확인케 한다.
성도가 당하는 ‘고난’은 육을 입고 사는 인간이 생존 때문에 겪어야만 하는 고생을 말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 부름을 받아 살아가는 성도가 당하는 환란과 핍박이다. 그런데 이 ‘막심한 고난’을 ‘주의 말씀대로 소성케’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말씀이 성도에게 고난도 주고 또 소성케도 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말씀의 신비다. 고난(생명이 죽기 직전 시들해진 모습)과 소성(다시 생기를 회복해 활기찬 모습)은 정반대의 상황인데, 이 모두가 말씀으로 된 일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고난이 닥치면 빨리 그 고난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한다. 그런데 시인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인다. 하나님 말씀 때문에 고난이 왔으면 말씀에서 떠나면 고난도 사라질 것인데 오히려 ‘말씀대로’ 되기를 기도했고, 말씀대로 되는 것이 ‘나의 소성’이라고 한다.
108절 “여호와여 구하오니 내 입의 낙헌제를 받으시고 주의 규례로 나를 가르치소서.” 여기서는 낙헌제(반드시 드려야만 하는 제사가 아닌 감사한 마음으로 자원하여 드리는 감사제의 일종)를 드리면서까지 꼭 응답받기를 원하는 것은 ‘주의 규례를 알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주의 규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에 이런 기도를 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주의 규례’에서 떠나지 않기를 갈망하는 시인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109-110절 “나의 생명이 항상 위경에 있사오나 주의 법은 잊지 아니하나이다. 악인이 나를 해하려고 올무를 놓았사오나 나는 주의 법도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나이다.” 이 구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의 생명이 항상 위경에 있다(= 악인이 나를 해하려고 올무를 놓았다)’는 의미를 먼저 알아야 한다. 구약의 성도는 장차 오실 예수님의 삶을 앞서 보여주는 삶을 산다. 그러기에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단 한 순간도 사단의 위협(악인의 올무)에서 벗어날 때는 없다. 예수님은 이 땅에 태어나서 십자가에 달려 죽을 때까지 악한 세력의 공격에 시달렸다.
‘생명이 항상 위경에 있다’는 것은 ‘말씀에서 멀어지게 하는 일’이 늘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고, 이것과 맞물려 육신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사단은 예수님과 성도가 멀어지게 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런 사단의 유혹이 올 때마다 성도는 ‘주의 법을 잊지 않도록’ 성령께서 이끌어 주신다.
고린도후서 4장 4절에 ‘이 세상 신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케 하여 그리스도의 영광의 복음의 광채가 비취지 못하게 한다’는 말씀이 있다. 이런 사단의 전략에 말려든 자(불신자)는 결국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고, 이런 사단의 전략 속에서도 주의 법을 떠나지 않는 자(선택받은 자)는 주님과 함께 영생할 자다.
시인이 ‘나의 생명이 항상 위경에 있지만 주의 법은 잊지 아니한다’는 말은, 이 땅을 살아가는 성도의 삶을 담담하게 표현한 것이다. 늘 사단의 유혹으로(십자가 복음의 빛이 가려지는 곳) 말씀과 무관하게 살다가 성령의 강권으로 다시금 주의 말씀으로 되돌아오는(십자가가 밝히 보이는) 일의 반복이다.
111-112절 “주의 증거로 내가 영원히 기업을 삼았사오니 이는 내 마음의 즐거움이 됨이니이다. 내가 주의 율례를 길이 끝까지 행하려고 내 마음을 기울였나이다.”
본문을 시작하는 105절에서 ‘주의 말씀이 내 발, 내 길의 등, 빛이다’라고 했고, 마지막 절에 와서 ‘주의 증거를 나의 영원한 기업으로 삼았다(= 주의 율례를 끝까지 행하려고 내 마음을 기울였다)’고 했으니 완벽한 결론이다.
주의 말씀을 영원한 기업으로 받았으니 즐거울 수밖에 없고, 그러니 그 말씀에 끝까지 마음을 둘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나님이 제사와 예물을 원치 아니하시고 오직 나를 위하여 한 몸을 예비하셨도다 --- 이 뜻을 좇아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히10:5-10).” 이런 주의 말씀이 성도(거룩함을 얻은 자)에게는 영원한 기업이고 감사(즐거움), 찬송의 유일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