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내용을 보면, 악한 원수를 하나님께 고발하고(1~5절), 원수가 파멸되기를(6~20절), 그리고 그 원수로부터 자신을 지켜 주실 것을(21~31절)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
다윗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이 시를 쓴 것인지 확실히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사실은 까닭 없이 미움과 핍박을 당하는데, 그 강도가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본문을 살펴보자. 1절에서 “나의 찬송하는 하나님이여 잠잠하지 마옵소서.”라고 시작한다. 다윗에게 하나님은 영원한 찬송의 대상이다. 즉 홀로 경배와 영광을 받으실 여호와께 ‘잠잠하지 마옵소서.’라고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서 약간의 의문이 발생한다. 찬송은 감사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본문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진정한 찬송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본 시가 다윗 개인의 억울함을 하나님께 호소하는 것이라면 결코 찬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본 시는 개인의 억울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에 사로잡혀 끌려가는 자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그 가는 길을 방해하며 막아섰기에 개인의 원수가 아닌 언약의 원수를 향해 저주를 퍼붓고 하나님께 호소하고 있기에 본 시가 찬양이 되는 것이다.
2-3절에서는 “대저 저희가 악한 입과 궤사한 입을 열어 나를 치며 거짓된 혀로 내게 말하며 또 미워하는 말로 나를 두르고 무고히 나를 공격하였나이다.”라고 한다.
‘악한 입, 궤사한 입, 거짓된 혀, 미워하는 말’은 모두 거짓을 조장하여 사실을 왜곡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윗은 이런 일을 당했고, 그 사실을 하나님께 아뢰며 ‘잠잠하지 마소서’라고 호소하고 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사단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생각해 보자.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명하여 이 돌들이 떡덩이가 되게 하라(마4:3).”고 했다. 이보다 더 모욕적인 언사는 없다. 하나님의 아들에게 ‘하나님의 아들이라면’이라는 가정을 붙여 조롱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하나님은 예수님을 향해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마3:17).”고 분명히 선언하셨음에도 마귀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몰아갔다.
유대인들 역시 하나님의 선언을 믿지 않고 사단의 말에 현혹되어 예수님을 끝까지 거절했다. 서기관, 바리새인들은 예수님께 표적을 보여달라고 요구했고(“우리에게 표적 보여주시기를 원하나이다.” 마12:38), 표적을 보여주시면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하겠다고 했다.
일반 백성들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십자가에 달려 계신 예수님을 향해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마27:40).”고 희롱했다.
다윗이 거짓된 혀에 의해 심각한 공격을 받고 하나님께 호소했는데, 이는 장차 오실 예수님이 당할 일을 미리 체험한 것이다. 즉 다윗의 고난은 예수님의 고난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윗이 원수를 진멸해 달라는 간구가 하나님을 향한 찬양이 된다.
“나는 사랑하나 저희는 도리어 나를 대적하니 나는 기도할 뿐이라(4절).” 이 구절도 예수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사 자기 몸을 화목제물로 드리셨다(“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2:20” “우리를 사랑하사 그의 피로 우리 죄에서 우리를 해방하시고-계1:5”).
예수님은 창조주로 자신이 지은 세상에 오셨는데 그분에 의해 지음 받은 사람들은 그분을 영접하지 않았다(“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지 아니하였으나-요1:10-11”).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죽여버렸다.
이것을 통해 이 세상이 얼마나 완악한지를 보여주셨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예수님이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9:13)’고 하셨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을 몰라보고 죽인 인간들(천번 만번 지옥에 떨어져 영원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 자들)에게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는 말씀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
병 주고, 약 주는 분이 예수님인가? 그렇다. 예수님은 우리를 죄인 만드셨고, 자신의 십자가 피로 우리를 의롭게 하셨다. 그 이유는, 자신의 십자가 사랑을 온 세상에 전하여 만유의 주가 되심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착각하지 말자. 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 지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 되심을 드러내기 위해 대속의 피를 흘리셨다.
그러기에 주님의 피로 씻음 받은 성도는 오직 주님의 피만 자랑하고, 그분이 나의 주시며, 만왕의 왕이심을 인정하고 찬양할 수밖에 없다. 다윗의 시가 이런 맥락에서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