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한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그로 인해 무서운 심판이 내려질 것임을 거듭 말씀하셨는데(2:1~6:7), 본문에서는 ‘남아 있는 자가 있게 할지라(8절)’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다. 이런 흐름이 에스겔의 내용인데, 사실은 성경 전체가 이른 식으로 전개되어 있다.
흔히 ‘남은 자’라고 일컫는 이들을 생각하면서, 사람들은 ‘하나님은 진노 중에도 긍휼을 베푸시는 분이구나.’ 이렇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내가 남은 자에 포함될 수 있을까’를 궁리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죄를 범한 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하나님의 심판이 내려진다. 이 심판에는 예외가 없다. 그러나 모두가 심판의 대상은 아니고 심판에서 제외된 자가 있다. 여기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남은 자(심판에서 제외된 자)’에 있고, 이것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는 일이며, 결과는 자기 구원으로 흘러가게 된다. 성경은 인간 구원을 위해 주신 말씀이 아니라 예수님이 어떤 분인가를 보여주신 것이다.
이제 본문을 보자. 8~10절, 11~14절 두 단락을 나눠 놓았는데 앞 단락의 내용을 뒤에서 반복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8절에 “너희가 열방에 흩어질 때에 내가 너희 중에서 칼을 피하여 이방 중에 남아 있는 자가 있게 할지라.”고 하시면서 9, 10절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9절 “피한 자가 사로잡혀 이방인 중에 있어서 나를 기억하되 그들이 음란한 마음으로 나를 떠나고 음란한 눈으로 우상을 섬겨 나로 근심케 한 것을 기억하고 스스로 한탄하리니 이는 그 모든 가증한 일로 악을 행하였음이라.”고 했다.
이 구절에 의하면, 남은 자를 통해서 ‘하나님을 기억’하게 하겠다고 말씀하신다. 즉 하나님을 떠나 우상에게로 간 것을 한탄하면서 다시 하나님을 생각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심판 대상에서 제외(남은 자)되어 심판받지 않게 된 자신을 다행으로 여기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10절에는 “그때에야 그들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 내가 이런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겠다 한 말이 헛되지 아니하리라.”고 하셨다.
여기서도 남은 자 되어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은 없고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심판을 내리겠다고 하신 말씀이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니까 ‘내가 심판에서 제외되었다(구원받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은 말씀하신 것을 반드시 이루시는 분이구나.’ 그래서 ‘여호와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신 분이구나.’를 알려주셨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본문에서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는 말씀이 세 번이나 반복되어 나온다(10, 13, 14절).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내가 심판을 받을까, 아닐까?’ 이것은 인간의 관심사지 결코 하나님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나님은 자신이 어떤 분인가를 알려주시려고 모든 일을 전개하시는 분이다. 이스라엘을 부르시고, 그들에게 특별히 율법을 주시고, 그 율법에 따라 심판을 감행하시는 이 모든 일은 이스라엘을 위해 일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를 보여주시려고 펼치신 일이라는 말이다.
범위를 좁혀보자. 하나님이 나를 오늘 이 시간 여기에 있게 하신 것은 나를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를 계시하시려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기에 현재의 내 처지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하나님께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이 합당치 않고, 기도하고 감사하면서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 내 고통을 해결해 주실 것이라고 여기며 하나님께 나아가는 태도 역시 하나님을 모독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성경의 모든 내용은 예수님을 증거하고 있다. 에스겔 말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본문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것은 예수님이 어떤 분인가 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오직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는 분이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아버지가 맡긴 생명을 위해 십자가에서 대신 저주를 받아 죽으셨다. 이 일을 통해 구원도 심판도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이용해서 죄 용서받고 구원을 얻겠다고 나서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조롱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내 구원(남은 자 되었음)을 자랑하는 자는 구원받은 주님의 백성이 아니다. 진짜 예수님 피로 구원받은 성도는 오직 예수님의 십자가만 자랑한다.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갈6:14).”